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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에서 맛있는 수박 고르기: 실패를 통한 귀납적 접근
    Step 2: 미국생활 현지화/미국에서 요리하기 2020. 7. 23. 01:01

    한국인과 결혼한 미국 지인이 어느 날 저에게 공공장소에서 한국인을 구별해 내는 방법을 드디어 알아냈다고 큰소리치기에 한번 말해보라 했습니다. 지겹게 듣던 "웃을 때 박수를 치며 웃는다", "항상 뭔가 바빠 보이는 동양인이 한국인이다" 뭐 이런 말을 할 줄 알았는데 마트에서 수박을 애기처럼 안고 손으로 툭툭 두드리면 100% 한국인이라고 하더군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웃음이 터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코스트코에 가면 그렇게 하고 있더군요. 

     

    6월 초부터 코스트코에서 툭툭 쳐서 소리를 듣고 골라온 수박이 연달아 맛있었기에 한창 자신감이 쌓여있었는데 6월 말에 2번 연속 맛없는 수박(빨간 오이)을 집에 데리고 오게 되면서 돈도 시간도 아깝더군요. 그래서 인터넷과 여러 커뮤니티에서 맛있는 수박 고르는 법을 정독한 후에 직접 가서 수박을 골라봤습니다. 자칭 "맛있다"는 수박을 6번 골라와서 먹어본 결과를 알려드릴게요.

     


    맛있는 미국 수박 고르는 방법

    한국 수박은 줄무늬가 진하고 꼭지가 달려있지만 코스트코 미국 수박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미국 커뮤니티와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보니 맛있는 미국 수박은 아래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 같았습니다. 

     

    1. 그물처럼 생긴 상처가 많이 난 수박

    2. 밑부분이 적당히 누런색인 수박

    3. 두들겼을 때 통통 하고 맑은 소리가 나는 수박

    4. 배꼽이 조그마한 수박

    5. 원형에 가까운 수박

    6. 무거운 수박

    그물 모양의 상처가 많고 밑이 주황색인 수박

    우선 왼쪽 사진(처음 고른 수박)처럼 상처가 많은 것이 맛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른쪽 사진(세 번째 수박)처럼 밑이 누런 것이 좋다고 하네요. 하지만 저것보다 조금 더 누런색인 수박을 찾아봐야 했습니다. 처음에 4번 도전한 수박은 한 개 빼고 성공했습니다. 자른 수박은 사진 찍을 생각을 못하고 먹고 통에 넣어서 사진이 없어 아쉽네요.    

    얼마 전 코스트코에서 구매할 당시에 찍은 사진입니다. 위 수박보다 아래에 있는 수박이 더 노란색이 진하고 모양이 둥글어서 집에 가져왔어요. 잘라보니 우선 색은 진한 빨간색이어서 성공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맛은 별로 없었습니다. 수박의 식감도 아삭하지 않고 약간 오래되어서 물렁해진 느낌이었어요. 너무 누런색 부분이 커도 수박이 삭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주관적인 평가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집에 데려온 6개 수박의 점수를 매겨봤습니다. 

     

      수박 1 수박 2 수박 3 수박 4 수박 5 수박 6
    구매시기 7/2 7/7 7/10 7/14 7/17 7/20
    무거움 10 10 10 10 10 10
    많은 상처 8 9 7 9 10 7
    누런색 9 8 7 8 9 9
    맑은 울림 v v v v v v
    동그랗다 v v x v v v
    작은 배꼽 v v v v v v
    맛 평가 10 9 3 9 8 7

     

    통계적으로 결론을 내리기엔 샘플 수가 너무 적지만 제 경험을 토대로 결론을 내리자면 우선 상처가 많고 밑의 색이 노란 수박이 맛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누런 수박은 삭았을 수도 있으니 소리를 잘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무겁다는 것과 울림이 좋다는 것은 너무 주관적이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 상처, 색깔, 모양, 배꼽 크기 - 더 확실한 것 같네요. 

     

    맛있는 수박을 고르는데 성공하셨다면 잘 자르고 보관하셔야 합니다. 자른 수박은 박테리아가 서식하지 좋은 환경이어서 반 자른 수박에 랩을 씌어서 보관하면 세균이 3천 배 증가(!!)한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수박 자르는 법과 보관 방법에 대한 글도 참고하세요.   

     

    마지막으로 골라온 수박은 색이 너무 좋아서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을 해서 미국 지인에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 친구가 하는 말이 미국에서 삼촌이 수박을 농사를 하는데 일교차가 클 때 익은 수박이 당도가 제일 높다고 해요. 미국 북부 지역은 7월이 되면서 아침에도 기온이 높기에 일교차가 크지 않아서 수박이 많이 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과일은 지역마다 제철이 있으니까요. 9월쯤 되어서 일교차가 커지면 또 당도가 높을 수도 있겠네요.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수박 사러 코스트코에 가보니 애플망고를 6개에 $3.99에 팔고 있길래 사왔습니다. 멕시코에서 수입한 제품인데 지금이 철인가 봐요. 너무 달고 맛있습니다. 제주도 방문했을 때 5개에 10만 원 하던 애플망고보다 더 맛있어요. 더 맛있는 망고를 30배 더 싸게 구매하다니, 미국 과일도 장단점이 있네요. 

     

    아직 일교차가 큰 곳에 계신 분들은 맛있는 수박 고르는 팁 참고해서 한번 도전해 보세요. 만약 2번 이상 잘 골랐는데 맛이 없다면 철이 지난 것일 수도 있으니 다른 제철 과일을 드시면서 내년을 기약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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